호주 워킹홀리데이[시드니] #3 금수저택

첫날은 집 앞까지 와주셨지만 둘째 날부턴 약 15분 걸어야 갈 수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새벽공기는 너무나도 상쾌했다.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와인 병을 들고 다니며 병나발 하시는 무섭고 좀 씻으면 좋겠으면 싶은 아저씨를 스쳐 지나가야만 했다.  그래도 좋았다. 돈벌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돈돈돈 거리며 살았던 적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너무나 감사했다.

 

매일같이 걸어다녔던 피어몬트 거리

그렇게 새벽드라이브를 마치고 도착한 대저택, 큰 담벼락과 함께 집 앞에는 커다란 수영장에 차고에 주차되어 있는 고급 승용차.. 과연 이렇게 큰 집안에는 무엇이 있으며 누가 살지 궁금하기만 했다.

저 멀리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진짜 대금수저택

현관문을 열자 흔들의자 위에서 한가롭게 책을 보는 할머니.. 할머니 혼자였다. 이렇게 큰집에... 더욱더 놀라운 것은 청소할만한 먼지 한 톨 없었지만 청소를 불렀다는거.. 청소 레벨이 낮았던 나는 바큠(청소기)를 어깨에 매고 청소를 시작하려는 찰나 사장님은 옆에서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 보다 청소하면서 물건 부시지 않는게 더 중요해, 식탁다리 의자다리 이런 곳 청소할 때 특히 주의하고 무조건 조심스럽게!” 라고 당부하셨다.

 

 

먼지한톨 없던 엔틱양식 고급저택

청소를 했다기 보단 가구와 인테리어를 구경했고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 내 처지보다 나은 강아지를 보며 조금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청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기분이 씁쓸하기만 했다. 돈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저 부자처럼 엄청나게 돈이 많아 삐까뻔쩍한 가구들과 자동차가 있다면 아무 걱정과 욕심 없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또한 저렇게 돈이 많아도 혼자 씁쓸하게 외롭게 살아야 한다면...저 많은 돈이 무슨 소용일까..?

 

네 하라는 청소는 안하고 사진만 찍다왔네요..

(너무나 깨끗해 청소할 맛이 안났어요)

그렇게 깊은 생각에 빠져 집에 도착하니 너무나 배가 고팠다. 오늘도 역시나 처량하게 빵과 사과를 먹으면서 방금 전까지 했던 생각들이 개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돈 많이 벌어 맛있는거 먹고싶은거 다 먹으리라 다짐했다.

 

내일은 일이 많아 돈을 더 많이 벌길 바라며 잠깐 눈을 감으려 했건만...

(눈감고 떠보니 또 출근시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