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집 앞까지 와주셨지만 둘째 날부턴 약 15분 걸어야 갈 수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새벽공기는 너무나도 상쾌했다.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와인 병을 들고 다니며 병나발 하시는 무섭고 좀 씻으면 좋겠으면 싶은 아저씨를 스쳐 지나가야만 했다.  그래도 좋았다. 돈벌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돈돈돈 거리며 살았던 적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너무나 감사했다.


 

매일같이 걸어다녔던 피어몬트 거리



그렇게 새벽드라이브를 마치고 도착한 대저택, 담벼락과 함께 앞에는 커다란 수영장에 차고에 주차되어 있는 고급 승용차.. 과연 이렇게 집안에는 무엇이 있으며 누가 살지 궁금하기만 했다.



저 멀리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진짜 대금수저택



현관문을 열자 흔들의자 위에서 한가롭게 책을 보는 할머니.. 할머니 혼자였다. 이렇게 큰집에... 더욱더 놀라운 것은 청소할만한 먼지 없었지만 청소를 불렀다는거.. 청소 레벨이 낮았던 나는 바큠(청소기) 어깨에 매고 청소를 시작하려는 찰나 사장님은 옆에서 깨끗하게 청소하는 보다 청소하면서 물건 부시지 않는게 중요해, 식탁다리 의자다리 이런 청소할 특히 주의하고 무조건 조심스럽게!” 라고 당부하셨다.

 

 

먼지한톨 없던 엔틱양식 고급저택



청소를 했다기 보단 가구와 인테리어를 구경했고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 처지보다 나은 강아지를 보며 조금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청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 이상하게 기분이 씁쓸하기만 했다. 돈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부자처럼 엄청나게 돈이 많아 삐까뻔쩍한 가구들과 자동차가 있다면 아무 걱정과 욕심 없이 살아갈 있을까? 또한 저렇게 돈이 많아도 혼자 씁쓸하게 외롭게 살아야 한다면... 많은 돈이 무슨 소용일까..?

 

네 하라는 청소는 안하고 사진만 찍다왔네요..

(너무나 깨끗해 청소할 맛이 안났어요)



그렇게 깊은 생각에 빠져 집에 도착하니 너무나 배가 고팠다. 오늘도 역시나 처량하게 사과를 먹으면서 방금 전까지 했던 생각들이 개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많이 벌어 맛있는거 먹고싶은거 먹으리라 다짐했다.

 

내일은 일이 많아 돈을 많이 벌길 바라며 잠깐 눈을 감으려 했건만...

(눈감고 떠보니 또 출근시간 -_-..)


청소알바를 가기위해 새벽 4시에 집앞으로 나가야 했기에 새벽3시3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을 청했다. 평소 엄청나게 걷던 터라 눕자마자 잠이들었고 잠시후 눈을 떠보니 새벽3시25분 (????) 알람도없이 5분전에 눈이떠졌다. 군대에서 이병때 가끔 5분전 기상을 한 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살아보려는 의지가 가득했던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빵에 잼을발라 한조각 먹고 간단하게 씻은후 밖으로 나갔다. 3시55분쯤 나가있었는데 사장님은 미리 오셔서 기다리고 계셨다. 샤프하고 젊으셔서 그런지 평소에 청소하는분의 이미지가 전혀 아니였다. 하긴 나도 내가 여기서 청소를 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으니까..


우와 시드니에서 드라이브다!! 



이상하게 피곤하지도 않았다. 그저 차를타고 시드니를 돌아댕기는게 너무나 행복했다. 시드니 중심가 주변은 크고 넓고 깨끗했다. 태어나서 처음 타를 타는 사람처럼 창밖을 쳐다보며 헤헤 쪼개기 바빴다. 그리고 도착한 첫 근무지, 이곳은 이사를 위해 짐을 모두 옮기고 텅 빈 집이였다. 호주에선 이사할 때 집을 깨끗하게 넘겨주지 않으면 보증금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는 구석구석 천장과 창문 그리고 기름기 가득 낀 주방, 화장실을 청소해야 했다. 청소에도 레벨과 단계가 있었다. 나는 아무래도 처음이다보니 최하레벨이였고 엄청난 바큠(청소기)을 어깨에 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청소해야 했다. 


승모근과 이두근을 키워준 나의 바큠



처음에는 큼지막한 바큠에 움직이는것도 힘들었다. 도대체 어디가 더러운지도 몰랐고, 젠장할 바큠헤드는 왜이리 뻑뻑한지 잘 움직이지도 않았다. 소리는 왜이리 큰지 귀가 멍멍했고 줄은 왜자꾸 꼬이는지 이곳저곳 돌아댕길수가 없었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났을까 더러운게 안보였던 나의 눈에는 청소를 해야할 먼지만보였고 손목스냅을 이용해 뱀처럼 바큠헤드를 이리저리 흔들며 청소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 또한 청소기 소음은 마음속 노랫소리로 들리지 않았고 내가 움직이는 길을 미리 예측하여 청소기 전기줄을 미리 깔아놓으며 이리저리 신나게 청소를 하고 있었다! 서둘러 청소하고 다음 근무지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신속하게 청소해야 했으나 청소를 마친 후 깨끗해진 집을 볼때면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이러다 시드니에서 청소만 하다 가겠다.. 하는 걱정이 마음을 덮쳐오기도 했지만 우선 먹고살아야지 하는 생각에 정말 미친듯이 바큠질을 했던것 같다.


집안에 폭포가 있었던 미친집


드디어 나의 적성을 찾은것일까? 아니면 이것도 정신승리였을까.. 아무튼 하루하루 숨쉬는것도 아까웠던 나에게 시급14불에 하루 6시간정도 일하는바람에 나의 호주 라이프를 연장할 수 있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오는길, 그동안 차갑기만 했던 호주가 왜이리 포근하게 느껴지던지.. 매일 지나치기만 했던 마트에 들려 포도 한송이와 맥주를 사와서 빵과 사과 그리고 포도를 먹고 베란다에 나와 맥주한잔하고 이것이 인생이고 행복이구나 하는 중2병스러운 생각과 함께 기분좋게 잠들었다.



피아몬트st 의 한 아파트 베란다. 

꿀같은 전망을 바라보며 맥주한잔 캬캬캬




그리고 눈떠보니 AM 3:25

(아놔 젭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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