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워홀 이야기를 쓴다!
그동안 많이 바빴다는 핑계로 17화 록햄튼 편에서 다음 글을 쓰지 못했다.
워홀을 다녀와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대학도 졸업하고 취업도 하고 창업도 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설렘과 함께 추억들이 떠오른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아무도 없는 무인도 속에 나 홀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은 가끔 나에게 큰 두려움이 되기도 했으며
그곳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무엇이든 정말 최선을 다했다.
숨만쉬는것도 나에겐 사치였던 그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사는 이 삶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살고 있을지,
당장 내일 만나도 어색함 없이 그때와 같이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이젠 추억으로 끝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지금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사실 그때보다 덜 행복하며 그때와는 다른 또 다른 꿈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때는 하루하루 생존이 목표였으며 나의 생존력의 단위가 2주 한 달 일년이 되었을 때의 기쁨으로 매 순간 행복하게 살았던 듯 하다.
지금은 당장 오늘 하루보단 어쩌면 내가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
마치 당장 자동차도 없으면서 저 멀리 달나라까지 가고자 하는 것만 같다.
어쩌면 매일 밤마다 떠오르는 달나라는 나에겐 너무나 꿈같기에 숨이 막혀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호주에서 맛보았던 기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내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달콤했던 그곳에서 이야기는 이제 그만 생각하겠다.
그날의 추억들을 떠올리면 현재와의 괴리감으로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지만
그날의 추억과 경험을 가져다준 그때의 순간들에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그 순간 속에서 나와 함께했던 모든 추억들과 인연들이여 모두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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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무슨일이 있었길래 달콤했다는거지??

설마 했는데 역시나같이 온 친구와 한방을 쓰게 됐다. 방안에 에어컨, 냉장고, 침대, 화장대 등등 모든 것이 완벽해서 정말 탐나는 방이었다. 물론 그곳을 남자 두 명이 쓴다는 것이 조금 많이 아쉬웠지만아무쪼록 나와 친구의 불편한 동거는 그렇게 시작됐다.

 친구는 록햄튼에 있는 소 공장에서 일하기에 새벽부터 일어나 출근해야 했다. 종일 무거운 소를 옮기고 처리하는 일을 하는지라 온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나는 친구에게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 지내는지당장 그만두라고 했었지만, 나보다 거의 2배 수준으로 주급을 받는다는 말에 그냥 아파도 꾹 참고 조금 버티라고 화이팅을 외쳤다.



 

록햄튼에서 함께 지냈던 쉐어하우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첫 출근 시간이 다가왔다. 나와 매니저는 한집에 살았기에 오픈 시간 약 30분 남기고 매장까지 걸어갔다. 시드니에서부터 걷는 것에는 도가 터서 그런지 하나도 힘들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너무나 따사로운 햇살에 걷는 것 자체가 고문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를 걷는 사람들은 나와 매니저뿐이었고 모두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매장에 도착했고, 매장 오픈하는방법, 포스사용법, 케이스위치 등등 헷갈리는 것들을 차곡차곡 배워나갔다. 나에겐 모든 케이스가 같은 기종의 케이스처럼 보이는데, 서로 미묘한 차이가 있고 그것들을 이름, 가격과 함께 다 외워야 했다. 또한, 이곳은 본사에서 배웠던 아이폰이나 삼성 종류보단 노키아, HTC, 화웨이 종류의 스마트폰 수리가 많이 들어올 거라고 했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기종이 들어온다 하기에긴장과 스릴이 넘쳤다!


 


출근길 끝없는 직진코스!




그리고 드디어 첫 수리가 들어왔다! 다행히 기종은 아이폰5, 본사에서도 많은 연습을 했었으며 수리 자체도 큰 어려움이 없었기에 금방 뚝딱 끝낼 줄 알았다. 하지만 연습용이 아닌 실제 아이폰을 수리하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부품 하나하나가 왜 이리 강력하게 잘 붙어있는지조금만 실수하면 케이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고, 고장 낼 것만 같았다. 그래도 침착하게 수리를 끝마쳤고 손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받아갔다. 뭔가 잘못한 것 같은 찝찝함이 있었지만아무쪼록 드디어 첫 수리가 끝났고 뿌듯한 마음에 조금 자신감이 붙었다.




 

전문가 느낌이 물씬 풍기는? iRepair 유니폼과 함께




하지만 이곳은 수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핸드폰 케이스와 액세서리들을 함께 팔아야 했기에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너무나도 중요했다. 이곳은 주로 호주정부에서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나이 지긋한 백인 호주인들이 많았다. 그들은 은퇴하고 남은 삶을 즐겁게 살고자 했기에 돈 쓰는 것에 후한 편이었다.

 그래도 간단한 세일즈는 필수였기에 안되는 영어와 손짓 눈짓을 써가며 힘겹게 하나하나 팔아나갔다. 나의 서툰 영어에 손님들이 답답해하고 불평불만을 가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보고괜찮아 침착하게 천천히 말해하면서 다독여주었다. 한국에서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이런 훈훈하고 마음 따뜻한 감정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먼 타지에서 외국인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뭔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매일 출퇴근길 마주하는 풍경입니다 ^^




그렇게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첫날이라 긴장도 많이 하고 실수도 많이 했지만 친절한 매니저와 손님들 덕분에 즐겁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첫 수리라 왠지 막연하게 뭔가 잘못했을 것 같은 찝찝함이 있었지만그렇게 마감을 준비하는 와중 저 멀리서 매장을 향해 다가오는 나의 첫 수리 고객님그리고 손에 들려있는 내가 고친 아이폰5… 마감하며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자꾸 눈이 가는 것은 왜인지느낌이 좋지 않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록햄튼] #16 반갑다 친구야



저 멀리 90년대에 태어난듯한 차 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안에서 운전하고 있던 머리가 듬성듬성했던 아저씨. 아저씨는 공항 앞에 멈춰서더니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매니저 연락을 받고 픽업하러 왔다고 했다. 너무나 더웠던 록햄튼 날씨에 어울리는 나시 차림의 아저씨는 너무나 시원해 보여 호주에 오랫동안 살았던 듯한 포스가 풍겨왔다. 차를타고 이동하는데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언제 왔는지, 어느 지역에서 이동해 왔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기에 대답했다.

동갑이네?”

창문을 열어 바람소리가 거세였기에 잘못들은줄 알았다.

?”

다시 한번 되묻고 확답을 받았다.

친구니까 말 놓자

? 응 그래…”

왠지 모를 죄짓는듯한 느낌이었다. 이분이 정말 나와 동갑이라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신도 워킹홀리데이를 왔고 6개월쯤 지났고 소 공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너무나 현지인스러운 옷차림과 90년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차 그리고 몇 없는 머리카락에서 당연히 나보다 10년은 나이 많을 줄 알았는데아무튼 록햄튼에 도착하자마자 동갑인 친구를 만났기에 반갑기도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매장이 있는 스톡랜드라는 우리나라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로 향했다.

 


패션쇼?행사중인 Stockland 



기대되는 마음 가득하여 매장구경을 하고 싶었으나 친구는 한동안 못 본 장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 금방 보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은근히 오래 걸렸다. 재촉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이것저것 구경했다. 시드니에서도 많이 봐왔던 콜스와 울월스가 있어 반갑기만 했다. 호주에서의 대형마트는 콜스와 울월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 했다. 드디어 친구는 장을 다 보고 우리는 매장으로 향했다.

저 멀리 손님을 상대하고 있던 매니저는 너무나 바빠 보였다. 혼자서 핸드폰을 수리함과 동시에 케이스 판매를 하고 있었기에 쉴 틈이 없어 보였다.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매니저는 시드니에서 봤을 때와 같이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하지만 아직 일하는 중이어서 긴 이야기는 못하고 나와 친구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친구와 나는 록햄튼에 한국인이 얼마나 있으며 장보기 좋은 마트와 집에 누구와 함께 사는지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친해져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록햄튼 대부분이 이런 풍경이랍니다... ㅎㅎ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집을 구하기 전까지 함께 지낼 이곳, 이곳은 나 포함 7명이 같이 살 쉐어하우스였다. 시드니에서 살던 거실쉐어가 주당 140불 정도였는데 이곳에선 독방이 110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냥 우선은 뭐든지 감사했던 것 같다. 일주일 후에 두 명이 다른 곳으로 지역이동을 하고 그 이후에야 빈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감사했다. 다음주엔 내 방이 생긴다는 것에 너무나 기뻤다. ‘아니 그럼 그전까지는 어디서 자?’ 라는 생각이 들기 전까진……

같이 온 친구는 독방을 쓰고 있었다. 성인 남성 두 명은 거뜬히 같이 잘 수 있는 큰 침대에 냉장고, 에어컨도 있었다. 정말 꿀 같았다.

부러움도 잠시 왠지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설마…?


달콤했던 일주일의 휴가가 끝났다. 전에는 일하느라 바쁜 나머지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그저 서울과 같았던 이곳이었는데, 마음 편하게 여유를 갖고 구경하니 정말 멋있는 건축물들도 많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멋진 곳을 그저 지나쳐만 갔다는 것에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느낄 수 있어 정말 감사했다.



 

록햄튼으로 떠나기 전날 회사를 들러 비행기표를 받았다. 이젠 정말 떠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다들 떠나는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뭔가... 고생하러 가는 가족을 보내는 느낌이라 조금 의아하긴 했는데아무튼 떠나는 아쉬움보단 새로운 곳으로의 설렘이 가득해서 그런지 크게 슬프거나 하진 않았다. 그 동안 바쁜 시간 쪼개어 정말 친절하게 때론 무섭게 가르쳐 주셨던 매니저님들과 테크니션님께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었다. 가서도 자주 연락 드리겠다고왠지 이번엔 다신 못 볼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 다시 꼭 돌아올것이라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했는데... 과연..?


 

요긴 어디죠..?



회사에 인사를 드리고 쉐어하우스로 향했다. 마지막 밤이었기에 무엇인가 선물을 하고 싶었다. 우선 친하게 지냈던 동갑내기 친구와 마스터 누나한테 맥주 한 박스와 선물을 남겼다. 떠나기 몇일전 이미 작별인사와 이별파티를 마친 상태여서 마지막 날 따로 작별인사는 하지 않았다. 또한 친구와 누나는 일하러 나가있었기에 인사를 할 수도 없었다. 조금 아쉬웠지만다시 만날 것이라 확신했기에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짐을 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뉴사우스 웨일스 시드니 에서 

퀸즐랜드 락햄튼으로!



케리어를 끌고 가방을 매고 시드니 공항으로 향했다. 약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오랜만에 다시 보는 시드니 공항은 한달 전과 똑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떠나는 마음이라 그런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더욱 컸다. 비행기를 타고 창 밖으로 점점 빠르게 멀어지는 시드니를 바라보며 언제나 그렇듯 아쉬움반 기대감반의 감정으로

잠들어버렸다….

 

 

한적한 공항 정문



세시간 반쯤 지났을까

어느새 도착해버렸다지도상으론 너무나 먼 거리였는데비행기를 타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깊게 자서 그런지 정말 빠르게 도착해버렸다. 록햄튼으로 가는 비행기는 타는 사람이 별로 없어 작은 비행기로 이동하기 때문에 기류의 영향을 많이 받아 많이 흔들릴거라 했는데푹 자서 그런지 흔들림도 못 느꼈다

아무튼 도착했다

떠나기 전, 자연과 어우러져 하와이와 같이(가보진 않았지만...) 시원하고 아름답고 멋진 자연이 펼쳐진 록햄튼이 나를 반길 줄만 알았는데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더위가 나를 급습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숨쉬기도 힘들 그런 날씨였다. 옷은 왜 이렇게 두껍게 입고 왔는지 입던 옷을 다 케리어에 구겨 넣었고 그제서야 숨통이 트였다.

 

 

너무나 더웠던 이곳...




정말 작은 공항이었다. 이렇게 작은 공항은 처음이었고 사람들이 너무 없었다. 비행기가 도착할 때 그 순간에만 사람들이 조금 이동했지 그 전,후로는 텅 빈 한국의 시골에 있는 고속터미널과 비슷했다.

분명 도착하자마자 매니저님 친구분이 차를 끌고 픽업하러 온다고 했는데 아무도 없기에 호주 미아가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빨리 숙소로 가고 싶은 마음에 매니저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선 받지 않았다.

마음속은 긴장과 걱정으로 요동치고 있었고 더워서인지 긴장해서인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왜 안받지?’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의자에 앉아있는데 몇분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왔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너무 기쁘게 인사해버렸다...

매니저님은 잠시 일정이 틀어져 바로 픽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되었고 30분정도 기다리면 다른 친구가 픽업하러 올 것이라 말해줬다



공항 앞에서 찰칵




친구라면...외국인? 아니면.. 한국인? 남자? 여자?

시간이 남아서 그런지 쓸데없는 궁금증과 함께 작은 공항을 둘러보며 기다렸다.

40분쯤 지났을까... 전화가 걸려왔고 저 멀리 누군가 차를 끌고 나를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왔는데...왠..아저씨..?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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