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시드니] #10 시드니 그리고 짜장면



쉬는날마다 혼자 놀러갔던

 오페라하우스

(언젠간 꼭 공연 보리라!)




지루했던 이론교육이 끝나고 드디어 실습교육이 시작됐다. 긴장반 기대반처음 주어진 과제는 아이폰4 를 분해해야 했다. 하지만 첫 나사 분해부터 실수연발, 연습용 아이폰이라 그런지 나사가 이미 마모되었기에 잘 풀리지도 않았다. 옆에선 지난번 면접 때 엑스표를 주셨던 남성 매니저님이 지켜보고 계셨고…… 왠지 모를 긴장감은 더해져만 갔다..



쉬는시간에 잠깐 ㅋㅋㅋㅋ


 

 

또한 이곳은 너무나도 바빴다. 호주에 있는 모든 매장에서 도와주세요~ㅜㅜ 하는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별것도 아닌 걸로 전화하는 것 같아 조금 힘들어 보이기도 했는데.. 나의 2주 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다.

처음으로 아이폰4 를 분해해서 살펴봤는데, 평소에 생각했던 그런 전자제품의 내부가 아니었다. 흑백의 조화 속에 필요 없는 공간이 하나도 없는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부도 디자인적 요소가 가미된 듯했다. 마치 새로운 무엇의 탄생을 예고하기라도 한 듯 그저 바라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폰 4 내부 디자인이 멋져보이는건 왜인지..




하지만 감탄하는 것도 잠시, 부품을 하나하나 분해해야 했는데 좁쌀보다 작은 나사들은 다 똑같이 생긴 것만 같고 어디에 무엇을 두어야 할지 너무나 헷갈렸다. 어렸을 적 가지고 놀았던 라디오조립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모두 똑같기만 했던 나사들은 다들 제자리가 있었고, 다른 곳에 조였을 경우 메인보드가 고장날수도 있었다.

 어리버리 타고 있었던 나에게 매니저님은 아이폰4 를 모두 분해하고 조립하는데 15분도 안 걸린다고 하셨고, 나 또한 그렇게 돼야 한다고 하셨다... 우선 자신 있다고 대답은 했지만 사실 자신이란 거 하나도 없었다. 매니저님들은 너무나 바쁘셔서 혼자 분해하고 조립하고 했는데 2시간도 더 걸린 것 같았다. 2시간 걸려 완벽하게 조립한 것도 아니고 나사 위치가 모두 달라 거의 짤릴뻔했다. ㅎㅎㅎ 머릿속엔 아직 늦지 않았어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더 옳은 방향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2주 후 고수가 된 나를 상상하며 버텨갔다.


 


지긋지긋한 좁살만한 나사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점점 숙달되어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 할라치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지고 그렇게 괴롭고 다시 자신감이 붙으면 또 터지고, 이런 감정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시간은 왜이리 빨리 흐르는지 한번 분해, 조립이 끝나면 한두 시간은 후딱 지나가 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무엇인가 집중했던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은 점점 흐르고, 실력은 여전하고, 다른 기종도 배워야 하고눈치도 봐야 하고쉬운게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제일 쉽고 행복했던 시간은 점심시간!! 한인 직원이 대다수라 그런지 한식 점심이 준비되어 있었다. 반찬이 조금 부실하긴 했지만 너무 감사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거의 2배는 먹었던 것 같았다. 가끔 중국음식을 먹을 때도 있었는데 한국과 같은 짜장면과 탕수육이 배달되어서 너무 놀랐다. 호주에 있는 중국집은 진짜 중국인이 운영하고 맛도 다를 줄만 알았다…… (이거 완전 한국촌놈 아닌가 하는 시선들ㅋㅋㅋ)


 

퇴근 후 내가 가지고있던(쉐어하우스에서 빌려줬던) 교통수단인

퀵보드 타고 마트가서 장보기 ㅋㅋㅋㅋ



교육이 모두 끝나고 호주인 고객을 상대하며 스마트폰의 어디가 아픈지 설명해주고 고쳐주고 케이스팔고 액정필름 붙여줄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기에 금방 올 것만 같기도 하고… 

하루하루 다이나믹하고 즐겁다. 내일은 어떤 사고와 문제가 벌어질지..!?







호주 워킹홀리데이[시드니] #9 터게라로 가는 길






Tuggerah, 시드니 시티에서 차를 타고 약 1시간30분 이동해야 하고, 거대한 호수와 바다가 어우러진 도시. 2주간 교육을 받고 나는 이곳으로 떠난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지명으로 이동한다는 생각에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기대감에 매일마다 구글 지도를 통해 어떤 곳인지 찾아보며 상상했다.



호수와 바다가 어우러진 

Westfield Tuggerah 쇼핑몰



 

하지만 떠나기 전 2주간의 교육을 통과해야만 했다. 교육 첫날 처음 대기했던 회의실에는 책상 하나와 의자 2개가 세팅되어 있었다. 그곳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죄수를 심문할 때 나오는 공간과 같은 느낌이었다. 주변에 나를 훤히 관찰 가능한 커다란 거울이 있는지 찾아보았으나 역시나 그런 건 없었다. 조금 대기한 후 첫날 나를 반겨주셨던 여자 매니저님과의 교육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였어요 ㅎㅎ


 

생전 처음 보는 도구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한국에서 컴퓨터 수리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이 있어 대충 설명만 들어도 다 이해할 줄 알았지만, 처음 보는 낯선 도구들의 명칭을 외우는 것도 버거웠다. 더군다나 영어 명칭을 외워야 했기에 더욱 그랬다.. 우선 그나마 낯설지가 않았던 드라이버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 동안 봐왔던 드라이버의 모양이 아니었다. 아이폰을 수리하기 위한 드라이버는 모양이 조금 달랐다. 아이폰 이자식들은 자신들만의 도구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나사와 드라이버의 모양이 다르다고 설명해주셨다.




처음보는 도구들과 처음듣는 이름..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헷갈렸어요 ㅋㅋㅋ)


 

교육이 끝나고 10분간 휴식시간은 갖은 후 바로 도구 명칭과 용도에 대한 테스트를 받았다. 무난히 통과할 줄 알았으나 Spudger 이자식 명칭이 왜이리 생각나질 않던지.. 몇 번이고 다시 물어봐도 Spudger는 계속 생각이 나질 않았다. 계속 노려봐도 생각은 안 나고 속으론 계속 ‘J댔다..’ 했지만 겉으로 겉으론 쿨한척 금방 외울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자신 있게 말한 만큼 쿨하게 넘어갈 줄 알았지만…… 조금 쓴 소리를 듣고 다음 교육이 진행되었다.

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아이폰을 사용해본적이 없었다. 학생신분으로 가난했던 나에겐 스마트폰 구입의 첫 번째 조건은 가성비였고 아이폰과 삼성 최신폰은 당연히 제외되었다. 그런 나는 아이폰 4와 아이폰 4S의 구분방법을 알 리가 없었고, 당연히 이름만 다르고 똑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테두리의 디자인과 내부의 아주 작은 부분 차이가 있었다. ‘모든 기종이 이렇게 미세한 차이가 있을텐데.. 다 외워야 하는건가..’ 하는 충격과 걱정…… 또한 삼성 갤럭시 기종에선 통신 규격에 따라 모델명에 붙어있는 숫자가 다 다르고 이 또한 외워야 했다..

 

장기털린 

iPhone 4 

오늘 그리고 내일 이틀간의 교육은 이렇게 이론 위주로 진행되고 그 다음날부턴 직접 분해하고 조립하며 부품교체를 진행할 거라 하셨다. 얼른 지겨운 이론교육이 끝나고 실습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외우기만하는 이론보단 직접 뜯어보고 조립하는 실습교육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다. (과연……)

긴장과 흥미가 뒤엉킨 감정에 지겹기만 했던 이론수업도 금방 끝이나 버리고 오늘 배운 것들 확실히 암기할 것이라 약속하며 집으로 향했다. 사실 많이 긴장했던 탓인지 어깨는 뻐근하고 배는 고프고…… 엄청난 피곤함에 휩싸였다. 집으로 가는 트레인을 타고 자리에 앉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한국에서의 퇴근길 지하철 안은 대부분 사람들이 피곤함에 졸고 있었는데왜인지 이곳 호주에서는 꾸벅꾸벅 조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오늘 하루 뭔가 배울 수 있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감사하다!! 행복하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네 면접 통과되셨습니다.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 듣자마자 너무나 기뻐서 어퍼컷을 수도 없이 해댔다. (물론 상상으로..) 겉으로는 너무 기쁜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지금 하는 일이 있으니 다음주부터 출근 가능하다 말씀 드렸다.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발걸음도 가볍고 공기도 맑고 세상도 밝아 보였다. 사람들 표정은 왜이리 행복해 보이는지..ㅋㅋㅋ

 


시드니에서 꼭 가야할 해변 본다이 비치

Bondi Beach




집으로 오는 길 타운홀 역 앞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원하는 사람 아무나 단체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돈이 없으니 그냥 스쳐 지나가려 했는데.. 감사하게도 무료로 진행되고 있었다. ㅜㅜ 마침 면접을 위해 양복도 입고 있었는데 이때다 싶었고 세상 밝은 표정으로 사진 한 장 찍고 집으로 향했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과 단체사진 ㅋㅋㅋ


좋은 정보 알려준 쉐어하우스 친구와 함께 맥주와 도시락을 까먹으며 달링하버 아래 식당에서(매일 나의 눈과 코를 자극하여 배고프게 했던) 고급 스테이크와 맥주한잔 하기로 약속했다. (물론 내가 쏘는걸로!)

 


다음날 청소 사장님에게 앞으로 1주일만 일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1주일 전에 알려드려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진 않았지만.. 왠지 나무라실 것 같았던 사장님은 오히려 축하해주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지막 청소가 끝나고, 같이 일했던 매니저 형과 연변에서 오셔서 함께 고생했던 아주머니는 그 동안 수고했고 가서도 건강히 잘 살아야 한다며 작별을 고했다. 왠지 모를 섭섭함과 슬픔, 그 동안 함께 고생했던 순간들이 떠올라서인지 쉽게 이별의 악수를 쉽게 놓지 못했다. 비록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건 아니지만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만난 첫 동료였고 타지에서 힘들게 일하는 같은 동포와의 헤어짐이 너무나 아쉽게만 느껴졌다.

 

 


(대형 전광판에 고양이 영상 틀어놓고 하루종일 보고있는 고양이 집사들..)

고양이 집사들을 위한 축제

의 현장에서 

마지막 청소




집으로 돌아와서도 슬픔에 겨워 첫 출근을 우울하게 준비할 줄 알았으나, 거짓말 같이 내일의 기대감에 신나게 출근준비를 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걱정 반 기대 반, 얼렁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ㄷ스시집에선 결국 연락이 오지 않았고 마지막 희망 스마트폰 수리 면접에 모든 것을 걸겠다 다짐했다. 호주 전국에 수십개 매장을 운영중인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 본사에서 면접을 본다 하기에 혹시나 해서 챙겨온 양복을 꺼내 입었다. 한국에서 양복을 챙기며 괜히 짐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많았었는데.. 이렇게 입을 날이 오는구나! 이번에 떨어지면 진짜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예상질문도 뽑아가고 영어자기소개와 핸드폰 수리 관련 공부도 해버렸다.



아름답게 빛났던 이름모를 분수대 



면접시간보다 약 2시간 정도 일찍 회사 주변에 도착하여 동네 분위기를 느꼈다.(?)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 아랍인들이 많이 살았다. 시드니의 아랍동네 같았다. 아랍인들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때문인지 조금 긴장했었지만 최대한 현지인인척하며 어깨피고 돌아댕겼다. ㅎㅎ 너무 일찍 도착해버린 나머지 역전 카페에서 커피한잔 주문했다. 이곳은 우리나라 스타벅스 처럼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개념이 아니라 롱블랙, 숏블랙으로 통용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숏블랙? 블랙은 커피 원두개념일 테고.. 숏이니까.. 원두 조금 물 많이, 아하 이것이 아메리카노와 같은 거구나 하고 주문했으나 한입 마시자마자 뱉을뻔했다. 쓰디쓴 에스프레소였다.

 

왠지 오늘 하루 일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황하지 않는 연습 미리 한다 생각하고 최대한 커피 맛 아는척하며 미리 적어놓은 자기소개서를 보며 찔끔찔끔 마셨다. 쓴 커피가 들어가서인지 집중이 잘되었다. 조금 여유를 부리며 회사로 향했고 회사에 도착하고 회사 문 앞에서 도착했다고 연락을 드렸다. 조금 지났을까 연락 드렸던 매니저님이 나오시더니 회의실에서 대기하라고 하셨다.

 


면접보러 가던 중..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네타는 노부부



이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주에서 제일 큰 사설 스마트폰 수리 그리고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회사였다. 그래도 직원들은 호주인일줄 알았는데 이곳 사원들 모두가 한국인이었다. 호주인도 아닌 한국인이 이렇게 운영하는 것에 대단함을 느끼며 최대한 긴장하지 않은 척 하기 위해 심호흡을 지속했으나 심호흡마저 가빠져왔다.

 

조금 지났을까 방금 전 뵈었던 매니저님 한 분과 다른 남성분 한 명이 들어왔다. 처음 마주한 순간 영어로 인사해야 하나 아니면 한국어로 인사해야 하나 조금 고민하던 찰나 먼저 한국어로 인사해주시는 바람에 감사한마음으로 답례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면접이 시작되었고 이런저런 질문이 시작됐다. 정말 신기하게 면접보러가기전 준비했던 질문이 모두 나왔다. 처음에 느꼈던 긴장감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며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면접관 앞에 종이가 있었는데 몇몇 개의 질문이 끝날 때마다 동그라미를 그리셨다.

 

 

버스킹하는 아저씨 앞에서 춤추던 귀여운 꼬맹이




왠지 좋은 느낌이 들었다. 긍정의 표시라 생각하고 더욱 자신 있는 대답을 이어갔고 이대로 끝나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셨다. 갑자기 세상모든 긴장이 몰려왔으나 이내 침착하고 미리 준비했던 자기소개를 말했다. 하나도 틀리지 않아 너무 뿌듯한 마음에 나도 모를 미소가 세어 나왔지만 그렇게 외워서 하지 말고 진짜 영어를 보여달라고 하며 몇몇 영어질문을 하셨다. 나도 모를 미소는 썩소로 이어졌고, 호주 오기 전 일빵빵 (팟케스트 영어교육방송) 했던 패턴에 영단어 넣어가며 초딩때부터 배웠던 문법 무시하며 되는대로 대답했다.

 


길가에서 노래틀어놓고 손싱크 하던 

슈퍼마리오 아저씨



그래도 왠지 모를 자신감에 만족감 느끼며 썩소가 다시 밝은 미소로 변하던 중 발견한 눈앞에 놓여있는 면접관 앞 종이, 그 위에는 익숙했던 동그라미 대신 엑스가 그려져 있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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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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